생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왜 비린내가 강해질까? 생선 비린내의 원인

갓 잡은 생선이나 신선도가 높은 생선은 생각보다 비린내가 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선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비린 냄새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생선인데도 구입한 직후와 하루 이틀이 지난 뒤 냄새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흔히 생선은 원래 비린내가 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불쾌하게 느끼는 생선 비린내 중 상당 부분은 생선이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해산물에 존재하는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TMAO)와 이것이 변하면서 생성될 수 있는 트리메틸아민(TMA)은 생선 비린내를 이해할 때 중요한 물질입니다.

여기에 지방 산화와 미생물의 활동 등 여러 변화가 함께 일어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생선의 냄새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신선한 생선은 원래 비린내가 심할까?

신선한 생선도 고유의 냄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선도가 떨어진 생선에서 느껴지는 강한 비린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생선이 살아 있을 때는 몸속의 여러 성분이 일정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생선이 죽으면 정상적인 생리 작용이 멈추고 조직 내부에서는 효소 작용과 미생물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변화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새로운 휘발성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휘발성 물질은 공기 중으로 이동해 우리의 코에 도달하기 쉬우므로 양이 많지 않아도 음식의 냄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선의 비린내는 생선에 처음부터 똑같은 강도로 존재하는 냄새라기보다 저장 과정에서 여러 성분이 변하면서 달라지는 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선 비린내의 대표적인 원인, 트리메틸아민이란?

생선 비린내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물질이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TMA)입니다.

트리메틸아민은 특유의 비린 냄새를 가진 휘발성 물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해양 생물에 트리메틸아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Trimethylamine N-oxide, TMAO)라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TMAO는 여러 해양 생물에서 발견되며 생물의 체내 환경과 관련된 역할을 합니다.

생선이 죽고 저장되는 동안 일부 미생물의 작용 등에 의해 TMAO가 TMA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선의 TMAO → 저장 중 미생물 등의 작용 → TMA 생성 → 비린 냄새 증가

따라서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TMA가 증가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린 냄새가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생선을 냉장고에 넣어도 냄새가 강해지는 이유

그렇다면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도 왜 생선 냄새가 변할까요?

냉장은 식품의 변화를 완전히 정지시키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많은 미생물의 증식과 여러 화학적·효소적 변화의 속도가 느려집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저온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일부 미생물이 있으며 저장 시간이 길어지면 품질 변화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선을 냉장 보관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냄새와 조직감 등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냉장의 핵심은 부패와 품질 저하를 영구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선 지방도 냄새 변화에 영향을 줄까?

생선 비린내의 원인을 TMA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생선에는 다양한 지방산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 어종에는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은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산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 산화가 진행되면 과산화물 등을 거쳐 알데하이드, 케톤을 포함한 다양한 휘발성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들은 생선의 전체적인 냄새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보관한 생선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하나의 화합물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TMA를 비롯한 여러 휘발성 성분과 지방 산화 생성물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생선 종류에 따라 비린내가 다른 이유

모든 생선에서 똑같은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등어와 연어, 대구, 참치 등은 각각 지방 함량과 지방산 조성, 근육의 성분 등이 다릅니다.

또한 어종과 서식 환경에 따라 TMAO 등의 함량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조건에서 보관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향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생선을 손질한 상태도 영향을 줍니다. 통째로 보관했는지, 내장을 제거했는지, 필렛으로 잘랐는지 등에 따라 산소와 접촉하는 면적이나 미생물이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선을 자르면 냄새가 더 빨리 느껴질 수 있는 이유

생선을 손질하거나 잘게 자르면 표면적이 증가합니다.

표면적이 넓어지면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휘발성 냄새 성분이 외부로 빠져나오기 쉬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생선 조직이 손상되면서 내부에 있던 성분이 외부 환경과 접촉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같은 생선이라도 통째로 있을 때와 잘게 손질한 뒤에는 우리가 냄새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생선이 갑자기 부패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향기 분자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조건 자체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선 비린내가 따뜻해지면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

차가운 생선보다 실온에 놓여 있거나 조리 중인 생선에서 냄새가 더 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냄새를 느끼려면 냄새 성분이 음식에서 빠져나와 공기 중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일부 휘발성 성분이 공기 중으로 이동하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생선에서는 냄새가 비교적 약했는데 가열하기 시작하자 비린 향이 확 올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냄새의 강도는 실제 향 성분의 양뿐 아니라 음식의 온도와 휘발성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레몬이나 식초를 사용하면 비린내가 줄어드는 이유는?

생선 요리에 레몬이나 식초 같은 산성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도 화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트리메틸아민은 염기성을 띠는 물질입니다. 산성 환경에서는 TMA가 양성자를 받아 트리메틸암모늄 형태가 될 수 있으며, 이 형태는 TMA에 비해 휘발성이 낮습니다.

공기 중으로 이동하는 양이 줄어들면 우리의 코까지 도달하는 비린 냄새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즉, 레몬의 강한 향으로 생선 냄새를 단순히 덮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과 염기 사이의 화학적 변화도 비린내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생선의 냄새는 TMA 하나만으로 구성되지 않으므로 산성 재료가 모든 냄새 성분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비린내가 강하면 무조건 상한 생선일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냄새는 식품 상태를 판단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냄새 하나만으로 식품의 안전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어종에 따라 원래 향이 강할 수도 있고 보관 방법과 조리 상태에 따라서도 냄새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한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이 알아차릴 만큼 강한 악취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생선의 안전성은 냄새만 믿기보다 제품에 표시된 소비기한과 보관 방법을 따르고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관이나 냄새가 명확하게 이상하거나 보관 조건을 지키지 못한 생선이라면 섭취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생선 비린내를 줄이려면 신선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

생선 냄새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조미료로 냄새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신선도 저하 자체를 늦추는 것입니다.

생선은 구입 후 적절한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우 제품의 보관 지침에 따라 냉장 또는 냉동해야 합니다.

특히 상온에 장시간 방치하면 미생물의 증식과 여러 품질 변화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보관해야 한다면 냉장 상태로 계속 두기보다는 식품의 특성과 제품 표시사항에 맞춰 냉동 보관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냉동 역시 모든 품질 변화를 영원히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냉동 중에도 지방 산화나 수분 이동 등 일부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선 비린내가 강해지는 핵심 원리

정리하면 생선의 비린내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이유는 저장 과정에서 생선 내부의 여러 성분이 변하면서 새로운 휘발성 냄새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양 생물에 존재하는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TMAO)는 저장 중 일부 미생물의 작용 등에 의해 트리메틸아민(TMA)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TMA는 특유의 비린 냄새를 가진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농도가 증가하면 생선 비린내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방 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휘발성 물질과 생선 자체의 성분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생선은 원래 비리다’고 생각했던 냄새 중 일부는 생선이 잡힌 이후 저장되는 동안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냄새인 셈입니다.

신선한 생선과 오래 보관한 생선의 향이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생선 한 조각이라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부에서는 미생물 활동, 지방 산화, 휘발성 물질의 생성과 같은 여러 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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